얼마 전, 하반기 유치원 상담을 다녀왔다. 탱이가 타는 유치원 차량 등 하원해주시는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탱이가 유치원에서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과 우리 집안의 대소사를 이야기해주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들었다. 주로 차안에서였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선생님과 수다를 떨게 되는 상황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태양이가 수다를 하면서, 그동안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꾸준히 이야기한 것 같다. 슈퍼윙스에서 나오는 골든보이 장난감을 갖고 싶은데 크리스마스 때 받거나 칭찬스티커를 받아야만 살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들으셨던 모양이다. 나는 탱이의 한자리에서 먹는 습관과 양치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일정 기간 칭찬스티커를 아주 잘 활용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지도 않는 칭찬스티커를 이야기를 계속했던 거 보니 탱이는 칭찬스티커로 장난감 선물을 받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듯 느껴졌다.
선생님께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장난감도 사주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약간의 의미를 부여하며 주는 것이 좋겠다"며 나에게 당부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 내가 한 동안 칭찬스티커를 다 모아야지만 장난감을 사주곤 했었지, 그것도 50개는 모아야 하는 칭찬스티커를 기다리느라 탱이가 얼마나 애가 탔을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만큼 기다릴 줄 아는 아이인것 같아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하여 "탱이의 날"을 만들어 그토록 원하던 골든보이 장난감도 선물하고, 유치원도 빠지고 온종일 엄마와 재밌게 지내는 날을 만들었다. 엄마는 그냥 너를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전해주리라!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눈을 뜨고 사랑한다고 부비부비하고 뽀뽀 세례를 퍼부운 다음 눈감고 기다려 보라 하고 골든보이를 선물해주니 눈이 똥그래지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너무 좋아하는 탱이다. 오늘은 탱이의 날이야! 우리 탱이는 엄마 아들로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고 사랑이야. 오늘은 탱이의 날이니 엄마랑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게 놀자고 하니 한껏 들뜬 표정으로 집안 곳곳을 방방 뛰어다녔다. 여유 있게 아침도 먹고, 집 근처 도덕산 유아 숲 체험장에 가서 탱이가 젤 좋아하는 상황극도 많이 하고, 집라인도 실컷 타고, 돈가스 도시락을 사서 아파트 내 카페테리아에서 점심도 먹었다. 밖에서 먹는 밥은 뭐든 맛있지만, 정말 산에서 놀다가 와서 더더욱 밥이 맛있었다. 집에 와서는 거품목욕을 같이 하려다가 물감놀이로 노선을 변경해서 물감놀이도 실컷 하고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유치원은 매주 수요일은 체력 관리 차 가끔 쉬곤 했는데, 탱이가 매주 쉬고 싶다고 해서 앞으로 수요일은 쉬기로 했다. 매번 '너의 날'을 정성껏 해줄 수는 없겠지만, 하루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도 충전하고, 빈둥빈둥 놀기도 하고, 가고싶은 곳을 평일에 가기도 하면서 재미난 추억을 만들어보기로 함께 약속하였다. 주 5일 사회생활하는 아이들도 중간에 하루 쉬어주면 더 활기차게 놀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 다니는 어른과 비슷한 마음은 아닐까?! 휴식이 중요한 나로서는 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고, 원하면 유치원은 언제든지 쉴 수 있으니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일러주었다.
유치원에서 교사 말을 잘 이해하고 들어주는 아이, 집중력과 끈기가 좋아 5살이 하기 어려운 활동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수하는 성실한 아이, 본인이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 기분이 어떨지를 아는 배려심 넘치는 섬세한 아이라는 이야기를 유치원 상담때에 듣고 왔다. 이에 더불어 친한 친구에게는 불편한 감정(하지 마, 안 할 거야 등)은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반면, 관계가 깊지 않은 친구에게는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단다. 친밀한 친구 관계에서 오히려 부정적 감정 표현이 어려운 것은 생각을 해보셔야 한다고, 아이에게 배려를 너무 강조한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서 마음 한편이 좀 몽글몽글 했었다. 탱이 기질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오히려 내가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 표현을 하면 칭찬을 해주곤 하는데... 나의 행동과 생각을 되돌아보게 하는 상담이었다. 아이들을 잘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에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조언과 상담을 해주시는 유치원인지라 자기반성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함묵증과 같이 말하기 어려워 하는 것이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유치원에서는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탱이는 그 벽을 깨고 나와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그 벽을 탱이가 스스로 깨고, 제 목소리를 잘 내게 된다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기표현이 더욱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더욱 발전하는 아들의 모습을 믿고 기다려보자. 6살 탱이를 응원하며! 반드시 더욱 좋아질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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