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이 많은 탱이는 어른들로부터 맛있는 것이나 선물을 받을 때에 아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의 언어적 표현은 잘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 마주할 때면 엄마, 아빠가 옆에서 '감사합니다 하는 거야~'라고 일러줄 뿐이다. 그런데 문득 5살 아이가 감사함의 가치를 잘 알까? 설령, 엄마 아빠가 시켜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잘한다 해도 그 감사함, 고마움의 가치를 알고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의 입장에서 이미 사회적인 상황이 많이 학습이 된 터라 마음속으로는 고맙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상대방이 호의를 베풀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만 아이는 그러기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먼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라고 일러주는 것보다 '감사함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먼저 아닐까?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요즘 우리집은 엄마, 아빠, 탱이 각자 오늘 하루 중 감사했던 일을 떠올리고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나 또한 하루 중 감사한 일이 무얼까 곰곰이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마주하는 감사한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느낀다. 탱이도 처음에는 물어보면 '감사한 것 없었는데...'라는 대답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엄마, 아빠가 아주 사소한 일들에 대한 감사함을 이야기하며 보여주기기 시작하자 탱이도 점차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키즈카페에서 노는데 내가 미끄럼틀을 탈때, '아웃츠'라는 웃긴 말을 했는데, 랑이가 웃어줘서 고마웠어."
"아침에 늦잠을 자서 느티나무 차를 놓치는 줄 알았는데, 차 놓치지 않고 타서 감사했어."
"지우랑 아까 음식점 바닥에 "X"자 모양을 보았는데, 왜 이 모양이 그려져 있는지 이야기해서 감사했어."
"오늘 랑이랑 자전거 신나게 타서 감사했어."
"유치원에서 집 올때 좀사마귀랑 같이 놀아서 고마웠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정말 사소한 일상에서 감사함을 이야기 해주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엄마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사실 처음에 나도 감사함을 이야기할 때 내가 아닌 아이가 무언가를 했을 때, 행동했을 때 감사했다는 표현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나의 진정한 감사함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가 '아이'아닌 '나'로 해서 내가 감사함을 느낀 상황과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감사함이라는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 주변 어른들이 아이가 고마운 행동을 했을 때 잊지 않고 그자리에서 '고마워'라고 표현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아, 탱이가 엄마를 도와주는 무언가를 하면 바로 '고맙다'로 말로 표현한다. 어제는 목욕하다가 빨아야 하는 본인 신발을 보더니 자기가 빨겠다고 나서길래 '엄마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표현해주니 어깨가 으쓱한 모습이었다.
아주 작은 것,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감사함을 느끼는 아이는 성장하면서 감사함으로 똘똘 뭉쳐진 알짜배기 인생을 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함의 가치를 아는 아이는 크고 작은 좌절 앞에서도 분명 '감사함'이라는 가치를 찾을 수 있을 터 회복탄력성과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 행복하다. 편안하게 숨을 쉬며, 금방 지은 밥을 먹을 수 있으며, 눈을 맞추며 깔깔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으로 자라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일기를 쓸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하다. 감사함은 늘 지금 이 순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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